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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작전'으로 개미 울린 그놈들…솜방망이 처벌에 계속 튀어나와

주가조작 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범죄 3건 중 2건은 추징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범죄수익 일부만 추징 명령이 떨어진 경우까지 합하면 '부실 추징'은 80%를 웃돈다.


21일 매일경제가 2021~2025년 자본시장법 위반(시세조종·미공개정보 이용·부정거래) 주요 유죄 판결문 204건을 분석한 결과, 수사기관이 범죄수익을 특정한 사건은 180건이었다. 180건의 사건에서 검찰(공소청)이 주장한 범죄수익 총액은 1조5087억원이었다. 하지만 법원이 범죄수익 전부를 추징하라고 선고한 건은 34건(502억원)뿐이었다. 114건(5167억원)은 법원이 범죄수익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추징이 이뤄지지 않았다. 나머지 32건의 경우 공소청이 주장한 9418억원 중 법원이 인정한 범죄수익은 2182억원(23.2%)에 그쳤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가조작 패가망신" "주가조작은 금융감독원, 경찰, 검찰의 3중 그물에 반드시 걸린다" 등 수차례 강조했지만 범행 근절을 위해서는 형사 처벌을 넘어 범죄수익 환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현상이 나오는 이유는 범죄수익을 추정하는 작업이 그만큼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대표적 시장교란 행위인 시세조종(주가조작)의 경우, 범행만으로 인한 주가 상승 또는 하락분이 얼마나 되는지 정밀하게 분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정해진 시간 동안 경찰의 수사기록을 토대로 기소해야 하는 공소청으로선 범죄수익을 최대한으로 계산해내기보다는 유죄 입증에 우선 주력하게 된다. 법원도 피고인이 얼마를 빼돌렸는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추징금을 보수적으로 산정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경우가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로 기소된 라덕연 전 호안투자자문 대표다. 그는 2019년 5월~2023년 4월 투자자 명의의 계좌 등을 이용해 8개 상장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7305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징역 25년에 추징금 1945억원을 선고했고, 2심은 징역 8년과 추징금 1816억원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에서 장외파생상품을 이용한 시세조종도 처벌하도록 사건을 돌려보냈지만, 라 전 대표 측은 파기환송심에서 "문제가 된 피고인 측 주문이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0.2%에 불과하다"며 맞섰다. 자신의 시세조종 시도가 실제 큰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해 형을 낮추려한 것이다.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의 '자금 돌려막기' 사건도 검찰은 범죄수익을 1918억원으로 특정했으나 법원은 산정 곤란을 이유로 추징하지 않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도 공소청은 권오수 전 회장 측이 100억원 이상의 이익을 봤다고 했지만 증명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범죄수익을 계좌로 주고받았다면 명확한 증거가 있기 때문에 추징이 가능하지만 실제 사건에서는 '꼼수'로 인해 어려움이 많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범죄수익을 가상자산으로 빼돌리거나, 현금화해서 '친척이 빌려줬다'는 식으로 우길 때 수사기관이 하나씩 반박하지 못하면 추징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는 "주가는 시세조종 외에도 회사의 공시, 업황, 시장 전체의 흐름, 다른 투자자들의 매매 등 여러 요인으로 움직인다"며 "형사재판에서는 법원이 인과관계를 엄격하게 따져 부당이득을 인정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범죄수익 추징은 현실적으로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어려운 문제"라며 "추징 대상을 넓히도록 법을 고치면 무죄 추정의 원칙과 재산권 보호를 위반했다며 위헌 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형사재판보다는 민사소송 활성화와 행정기관의 과징금 부과로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높다. 김 변호사는 "범죄수익 환수는 금융위원회가 시행령을 통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과징금이 보다 실효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반면 과징금만으로는 신속하고 충분한 환수가 어려워 형사 추징의 폭을 키워야 한다는 반론도 거세다. 소규모일당이 범행을 주도하는 주가조작과 같은 사건에서는 과징금을 매기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과징금 처분이 나오더라도 너무 늦어지거나 형사 절차가 선행되는 사례가 늘면서 행정 처분과 별개로 수사기관이 범죄수익을 독자적으로 산정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2024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범죄수익 계산을 '총수익-총비용'으로 정리했지만, 과징금이 아니라 형사 절차에서는 적용이 어렵다.


또 다른 '가격 조작' 범죄인 담합도 환수가 쉽지 않다. 주가조작과 마찬가지로 담합 역시 원재료비와 환율, 수요 변화 등 외부 요인을 제외한 채 범행으로 인한 영향만을 가려내야 해 범죄수익 특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은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뿐 아니라 부당이득 환수 기능도 일부 갖지만, 관련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산정돼 실제 담합이익과 차이가 날 수 있고 불복소송이나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로 크게 줄거나 면제되기도 한다. 2022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으로 형사상 몰수·추징도 가능해졌으나 담합으로 얻은 이익을 특정하기 어려워 아직 추징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박홍주 기자 / 성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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